본문 바로가기

테크/번역

인터넷 없이 살기


인터넷 없이 몇 주간 살기

다니엘 클레멘트 데닛, 미 터프츠대학 교수


1980년대 초에 나는 컴퓨터 혁명이 (유복하며 서구에 사는) 전문가와 컴퓨터와 같은 하이테크 도구를 누릴 수 없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새로운 정보 기술에 접근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정치적 · 경제적으로 강탈당해 부익부 빈익빈이 되는, 즉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분류되는 아주 좋지 않은 상황 말이다. 나는 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고, 이런 현상을 미리 방지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어떤 가시적인 행동을 하기 전에, 다행스럽게도 인터넷의 발명으로 이 문제에 대해 손 쓸 틈이 없었다. 나는 Arpanet(인터넷의 전신) 사용자였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우리는 부유한 전문가들이 점점 더 부자가 되는 것을 목격했지만, 또한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기술의 확산이 민주화되고 평준화되는 것도 봤다. 저렴한 트랜지스터라디오와 텔레비전 세트가 주도했던 방식 그대로 휴대폰과 노트북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손과 손을 연결했다. 이 세상은 불과 사십 년 전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투명한 방식의 정보화가 이루어졌다. 

멋진 일이다. 과거에 항상 따르는 무리의 상대적 무지에 의존해 왔던 종교기관들은 이제 개종과 사상주입 정책이나 멸종의 리스크를 수정해야 한다. 독재자들은 국가를 감옥으로 변질시킬 정도로 최대한 백성들을 억누를 것인지, 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 끈끈하게 연결된 반대파를 참아낼 것인지 (그들로서는 끔찍한) 선택을 해야 한다.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깨닫게 되면서 지식은 정말 힘이 됐다. 

그러나 이런 평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걱정거리를 던져준다. 이 인터넷 기술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서 새로운 충격적인 취약점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빈민가에서 핵무기를 만드는 가난한 십 대에 대해서는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핵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별난 재료들을 고려하면,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며 눈에 띄지 않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트북과 인터넷 연결로 무장한 십 대들이 매일 수 시간 동안 눈에 띄지도 않고 비용도 거의 안 들며, 적발되어 처벌될 위험성도 매우 적은 상태로 디지털 세상의 약점을 두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확산되고 넘쳐나서 거의 무적일 정도로 설계됐지만, 강력한 만큼 그렇게 완벽하지는 않다. 

골리앗은 아직 쓰러지지 않았지만, 수천 명의 다윗이 복수심에 불타 모두가 공평한 마당을 고안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바쁘게 학습하고 있다. 그들은 많은 돈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넷이 다운되면 우리 역시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나는 우리의 선택은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우리가 가진 것을 깡그리 없애 버리기까지 기다리거나  -우리의 일상에서 그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또는 우리가 가진 것을 그들과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한편 대부분의 인터넷이 장기적으로 붕괴되는 현실이 온다면, 어떻게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을지에 대해서도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하는 것이 신중하지 않을까 싶다. 병원과 소방서(슈퍼마켓과 주유소, 약국)은 제대로 돌아갈 것인가, 사람들은 어떻게 신뢰할 만 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흔한 일은 아니지만 크루즈 유람선에서는 항해 첫날에 승객들을 구명보트 대피훈련에 참여시키고, 승객들은 그대로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 패닉 상태는 전염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는 끔찍한 결정을 내린다. 우리가 아찔할 정도의 빠른 속도를 유지하려 하는 한, 몸을 다치지 않고 승하차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우리는 장기간의 인터넷 불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인 자각을 불러일으켜서 국가적인 구명보트 훈련을 설계하고 관련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주요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상상해 보려니 내 직감에 그리 자신감이 없다. 이 주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란다.





이 글은 'What Should We Be Worried About?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들)'라는 책(부제: 과학자들이 잠 못 이루는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미국 터프츠 대학의 다니얼 C. 데넷 교수의 글 'LIVING WITHOUT THE INTERNET FOR A COUPLE OF WEEKS'를 번역한 것입니다. 과도한 의역을 피하고 원문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원문은 아래 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원문 참조 ☞ http://edge.org/response-detail/23664


Edge 재단은 1988년에 설립된 미국의 과학·기술 지식인들의 협회입니다. edge.org라는 온라인 잡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사이트에서는 과학 및 지적 아이디어를 탐구합니다. 매년 그해에 다루었던 주제들이 책으로 출판됩니다. ☞ http://edge.org/